
하지만 경제협력의 성패는 발표가 아니라 이행에서 갈린다.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양해각서(MOU)는 방향을 제시할 뿐, 그 자체로 성과가 되진 않는다. 실제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 제도 정비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실익이 드러난다. 이번 협력도 다르지 않다.
눈길을 끄는 건 협력의 폭보다 후속 움직임이다. 정상회담 하루 전 산업통상부는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MEDEF 대표단과 만나 투자·산업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주요 기업들은 한국의 외국인 투자 지원 정책과 에너지 산업 방향, 투자 프로젝트 등에 관심을 보였다. 정부 간 합의가 곧바로 기업의 투자 판단과 맞물리는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과학기술 분야도 비슷하다. 제9차 한-불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양국은 AI와 양자 등 핵심 전략기술 협력을 재확인했고,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간 협력도 추진됐다.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은행과 프랑스중앙은행이 디지털 자산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산업과 연구, 금융으로 이어지는 후속 협력의 윤곽도 한층 또렷해졌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원전 협력은 안전 기준과 기술 보호,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해상풍력과 청정에너지 협력은 사업성과 인허가, 전력망 문제를 넘어야 한다. 핵심광물 협력도 공동 조달과 가공, 투자 금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AI·반도체·양자 협력 역시 공동연구에 그치면 산업적 파급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투자도 액수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프랑스 기업 자금이 제조시설로 향하는지, 연구개발로 향하는지, 공급망 거점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한국 기업의 대프 투자 역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거점 확보로 이어질 때 무게가 실린다. 결국 경제협력의 실체는 투자 규모보다 자금의 방향과 집행 속도에서 드러난다.
한-프 경제협력은 이제 발표보다 이행 단계에서 평가받게 됐다. 후속 사업의 구체화, 투자 계획의 집행, 정부·기업·연구기관·금융당국 간 정례 협력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양국이 제시한 협력 구상이 산업 현장과 투자 장부, 연구 성과로 이어질 때 이번 정상회담의 경제적 의미도 분명해질 것이다.
수교 140주년은 의미 있는 계기다. 관계 격상도 외교적으로는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경제협력은 상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투자와 사업, 시장에서 확인되는 결과다. 한-프 경제협력의 진짜 성적표도 그 지점에서 나오게 된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