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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 활성화] 생애말기 고령인구 급증에도 요양·장례 공급은 제자리 ①

생애말기 고령인구 2025년 29만명·2050년 64만명 전망
노인요양시설·화장시설 수요 급증···공공관리 강화와 공급체계 재설계 과제

기사입력 : 2026-04-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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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삶의 마지막 1~2년을 떠받칠 요양·장례 인프라 부족이 구조적 과제로 떠올랐다.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공급체계는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돌봄의 질과 존엄한 마무리 모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에 따르면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2001년 14만8천명에서 2025년 29만2천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63만9천명에 이를 전망이다. 2025년 기준으로는 2001년보다 약 2.2배, 2050년에는 다시 두 배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생애말기는 노화나 질병으로 남은 수명이 제한되는 삶의 마지막 단계다. 이 시기에는 치유보다 돌봄과 임종 준비의 비중이 커진다. 식사·배설·이동 같은 일상생활 지원은 물론 정서적 돌봄, 장례 준비, 유산 정리까지 복합적인 수요가 집중된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수치로 나타난다. 노인요양시설 입소현원은 2008년 5만7천명에서 2024년 19만4천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화장건수는 2000년 8만3천건에서 2024년 33만7천건으로 증가했다. 화장률도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뛰어올라 화장이 사실상 표준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요 증가는 단순한 고령화의 결과만은 아니다. 노인요양시설 이용 증가분의 54%, 화장건수 증가분의 74%는 사회적 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시설 이용의 경제적 문턱이 낮아졌고, 독거노인 증가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는 가족 돌봄 여력을 약화시켰다. 장례 문화도 매장에서 화장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장시령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생애말기 돌봄과 장례 서비스는 더 이상 개별 가정이 감당할 사적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사회가 함께 대비해야 할 필수 인프라의 문제”라며 “고령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기존 공급체계만으로는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부모 부양을 가족 책임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은 약해졌고, 자녀가 직접 돌봐야 한다는 기대도 낮아졌다. 화장에 대해서도 후손 부담을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생애말기 서비스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반면 공급은 양적 확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모두 수는 늘었지만, 수요자가 체감하는 유효 공급은 부족한 상태다. 요양시설은 서비스 질 편차가 크고, 화장시설은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가동여력이 빠르게 줄고 있다. 공급이 있어도 원하는 곳, 필요한 시점에 이용하지 못하면 실질적 부족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대도시권의 부담이 크다.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부산 등은 오히려 공급 기반이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요양시설은 대기 문제가 누적되고, 화장시설은 과부하 우려가 반복된다. 고령화가 전국적 현상이라면 공급 불균형은 도시권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장 과장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공급 부족은 단순한 서비스 불편을 넘어 가족의 돌봄 부담, 노동시장 이탈, 장례 절차 지연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공은 관리·감독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공급 확대와 서비스 혁신은 민간의 참여를 넓혀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부담은 가족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요양시설 부족은 가족의 돌봄 부담과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장시설 부족은 장례 절차 지연과 원정 화장을 낳아 유족의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키운다. 생애말기 인프라 부족이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 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25년간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공공이 모든 수요를 직접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관리·감독과 취약계층 지원은 공공이 맡고,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혁신은 민간 참여를 넓혀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급증하는 수요를 단순한 부담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시작됐다. 생애말기 돌봄과 장례 인프라는 더는 주변 의제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 못지않게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돌보고 마무리할 것이냐가 한국 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노인요양시설 수는 늘었지만 왜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은 부족한지, 평가등급과 대기 문제를 중심으로 공급의 질적 격차를 짚는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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