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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4월 경제진단] 반도체 호조에도 성장세 둔화···중동 변수에 한은 경고음 ②

1분기 수출·소비 예상 웃돌았지만 2분기부터 에너지 충격 본격화
한은 “AI 투자·추경이 완충”···하반기 회복에도 속도는 완만할 듯

기사입력 : 2026-04-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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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CEO(사진 가운데)가 GTC 2026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왼쪽),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했다(출처: 삼성전자)
엔비디아 젠슨 황 CEO(사진 가운데)가 GTC 2026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왼쪽),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했다(출처: 삼성전자)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0%를 다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에는 반도체 수요 확대와 소비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였지만, 2분기부터는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본격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대응이 충격을 일부 완충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6년 4월)’에서 올해 국내경제가 중동발 공급 충격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핵심은 연초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양호했음에도 대외 충격의 강도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소비가 1분기 경기를 떠받쳤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연간 성장 경로를 흔들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실제 1분기 흐름은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기준으로 당초 예상치 0.9%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고, 소득·자산 여건 개선과 심리 호조를 바탕으로 소비 회복세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초만 놓고 보면 수출과 소비가 함께 받치며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탄탄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조사국 조사총괄팀 임웅지 차장은 1분기에는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 증가하고, 소비도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당초 예상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성장의 하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진단했다.

관건은 2분기 이후다. 한은은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와 LNG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출 채산성과 내수 여건을 함께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공급망 차질과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분기 선방이 연간 성장 흐름 전체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성장률 진단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은이 둔화의 원인을 내수 부진보다 대외 충격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키우고,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긴장은 교역 여건 전반을 흔든다. 여기에 미국 관세정책의 향방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향후 성장 경로를 예단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한은은 봤다.

그렇다고 한은이 경기 급락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견조한 AI 투자 수요와 추경 등 정부 정책 대응이 충격을 일부 완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은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의 핵심 버팀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자료에도 통관수출 품목별 기여도와 주요 기업의 업종별 자본적지출 전망에서 IT 제조업 중심의 회복 흐름이 나타난다.

다만 한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반도체가 성장의 방어선이 될 수는 있지만, 대외 충격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이 길어지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출 여건도 반도체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올해 성장률 하락 폭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성장 둔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은 하반기에는 중동 상황이 점차 진정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 흐름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가 늦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 충격 이후 하반기 반등이 가능하더라도, 반등의 강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률 숫자 자체보다 회복의 속도와 폭이 문제라는 진단에 가깝다.

경제모형전망팀 박병국 과장은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장률의 방향만이 아니라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 정책 대응 효과를 함께 봐야 하는 국면이라는 뜻이다. 이는 올해 경기 흐름이 단순히 숫자 하나로 설명되기 어려운 복합 변수 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경제 여건도 한국 성장 전망에는 부담이다. 한은은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세계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AI 투자가 성장세를 떠받치겠지만 하방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유로지역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회복세가 약해질 것으로 봤다. 중국은 비교적 높은 에너지 자급률과 원유 비축 여력으로 공급 충격을 일부 흡수하며 4% 중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종합팀 김보희 차장은 중동전쟁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성장세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일수록 이런 외부 충격이 성장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사한다.

결국 올해 성장 경로는 1분기 선방, 2분기 충격, 하반기 완만한 회복으로 정리된다. 반도체 경기와 정책 대응이 경기 하방을 막아주는 반면, 유가와 지정학, 통상 불확실성은 성장의 상단을 제약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다음 회차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과 정부 물가안정대책의 완충 효과를 짚어본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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