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혜택 한번 썼다고 환불 거부···공연 멤버십 약관 제동

공정위, 공연장·예매 플랫폼 19곳 불공정 약관 시정
혜택 이용·가입 기간 이유로 연회비 환불 막은 조항 개선

기사입력 : 2026-05-06 12:58
+-
사진=예술의 전당
사진=예술의 전당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공연 선예매와 할인 혜택을 앞세운 유료 멤버십이 해지 단계에서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 시정에 나섰다.

공정위는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부산문화회관, 국립국악원 등 주요 공연장 17곳과 인터파크, 클럽발코니 등 티켓 예매 플랫폼 2곳의 공연 유료 멤버십 이용약관을 심사해 4개 분야 9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공연 유료 멤버십은 연회비나 가입비를 내면 인기 공연 선예매, 티켓 할인, 포인트 제공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공연시장 성장과 인기 공연 예매 경쟁이 맞물리며 가입 수요가 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연시장 총 티켓 판매액은 2023년 1조2696억원에서 2024년 1조4537억원, 2025년 1조7326억원으로 늘었다. 조사 대상 사업자의 공연 유료 멤버십 가입자는 2023년 11만8천명, 2024년 13만2천명, 2025년 8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쟁점은 환불 제한 조항이었다. 일부 공연장과 플랫폼은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선예매·할인 등 혜택을 한 번이라도 이용하면 연회비나 가입비를 돌려주지 않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유료회원 혜택이나 프로모션을 통해 혜택을 받은 경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부산문화회관은 가입비 납부 후 5일 이내에만 환불을 허용하고, 이 기간에도 서비스를 받은 뒤에는 환불하지 않도록 했다. 강릉아트센터와 클럽발코니도 일정 기간 경과나 서비스 이용을 이유로 환불을 제한했다.

공정위는 이런 약관이 실질적으로 연회비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효과를 낸다고 판단했다. 회원이 일부 혜택을 이용했거나 가입 기간이 일정 수준을 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자에게 연회비 전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자들은 앞으로 가입 후 14∼30일 안에는 전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약관을 고친다. 회원이 이미 혜택을 이용한 경우에도 합리적 위약금만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환불해야 한다.

환불액을 과도하게 줄이는 이중 공제 조항도 시정된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 등은 환불 때 이용기간에 해당하는 금액과 실제 받은 할인·초청권 등 혜택 금액을 함께 공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미 제공된 서비스의 실제 가치를 공제하면서, 같은 서비스 이용 가능 기간의 가치까지 다시 공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조항이라고 봤다. 앞으로는 이용기간 상당액과 제공 혜택 상당액 중 더 큰 금액만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인터파크의 포인트 공제 조항도 개선된다. 기존 약관은 멤버십 해지 때 지급된 포인트 금액을 환불금에서 공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포인트가 해당 플랫폼 안에서만 쓸 수 있어 현금과 같은 가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회원 탈퇴 때 포인트를 회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환불금에서 공제하지 않는다. 남은 포인트로 먼저 회수하고, 포인트 잔액이 부족해 회수가 어려운 경우에만 부족분을 환불금에서 공제한다.

사업자 책임을 과도하게 면제한 조항도 손질된다. 일부 공연장은 회원의 귀책사유로 서비스 이용 장애가 생기면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이용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회원 게시물을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 대상에 올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수성아트피아 등은 게시물이 기관 정책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게시물 삭제 사유가 포괄적이고, 이용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삭제와 임시조치 사유를 구체화하고, 원칙적으로 조치 전에 작성자에게 사전 통지와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

가입 거절과 서비스 이용 제한 사유를 모호하게 정한 조항도 고친다. ‘가입 승낙이 곤란한 경우’, ‘정책방향에 위배되는 경우’처럼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은 구체적 사유로 바뀐다. 이용 제한 등 조치 전에는 사전 통지도 필요하다.

회원 탈퇴 방식을 전화로만 제한한 조항도 개선된다. 롯데콘서트홀과 인터파크 등은 일부 멤버십 탈퇴나 취소 접수를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했다. 공정위는 가입은 온라인으로 쉽게 받으면서 탈퇴는 전화로만 제한하는 것은 고객의 의사표시 방식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봤다.

앞으로는 온라인, 유선, 서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탈퇴와 가입 취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약관 변경 때 이용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중대한 변경 사항을 개별 고지하지 않은 조항도 시정된다. 사업자 본사 소재지 법원을 전속 관할로 정한 조항도 민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 기준으로 바뀐다.

기관별로는 이용자 귀책 경합 때 사업자 책임을 면제한 조항이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가입 거절·이용 제한 조항과 약관 변경 통지 미흡 조항은 각각 16곳에서 확인됐다. 환불 제한 조항은 15곳, 부당한 재판관할 조항은 14곳이었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 19개 공연장과 티켓 예매 플랫폼이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빠른 시일 안에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한 뒤 증빙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공연 유료 멤버십을 이용하거나 해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부담해 온 경제적 불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또 사업자 면책 조항 개선을 통해 공연 멤버십 시장의 거래 질서도 개선될 것으로 봤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약관특수거래과 곽고은 과장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과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