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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속도로 휴게소에 드리운 전관의 그림자

기사입력 : 2026-05-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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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는 누구의 것인가. 운전자가 잠시 숨을 고르고, 가족 단위 이용객이 식사를 하고, 화물차 기사가 긴 운행 중 몸을 누이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국민이 이용하고 지갑을 여는 생활 기반시설이다. 그만큼 공공성이 크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는 이 당연한 원칙이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단체인 도성회는 비영리법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에 참여했다. 자회사 배당금은 회원 생일축하금과 기념품, 경조금 등으로 쓰였다. 국토부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 비영리법인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한 퇴직자단체가 혜택을 봤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휴게소 운영권과 주유소 운영권, 입찰 기준, 수의계약, 운영서비스 평가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가 장기간 유지됐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도로공사는 휴게시설 입찰 때 동일 기업집단을 하나로 보던 기존 기준과 달리, 휴게소·주유소 운영사 일원화 과정에서는 도성회 기업집단 계열사를 별개 기업으로 인정했다. 그 결과 도성회 기업집단이 주유소 운영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가 나왔다.

공기업의 계약과 평가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 기준이 달라지거나 특정 단체에 유리한 예외가 반복되면 공정성은 무너진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휴게소 운영권 부여 과정도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없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특혜 여부를 따져야 할 사안이다. 국토부가 입찰정보 유출 의심 정황과 사업관리 부실, 임의시공 방치까지 지적한 만큼 도로공사는 “개선하겠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도로공사는 감사 결과 발표 당일 비상경영팀을 발족했다. 김유진 비상경영팀 부장은 휴게소 운영 제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퇴직자단체의 입찰 참여 배제 등 불이익 부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입점 소상공인과의 직계약 체계를 도입해 임대료율과 입찰제도, 서비스 평가, 관리구조도 손보겠다고 했다.

다만 감사 직후 꾸린 조직이 여론을 의식한 임시 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휴게소 운영구조를 바꾸려면 퇴직자단체와 자회사, 운영사, 공사 내부 담당 부서 사이의 이해관계를 끊어야 한다. 입찰 조건과 평가 점수, 수의계약 사유, 운영권 변경 과정은 외부 검증이 가능하도록 공개해야 한다. 내부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안은 전관 문제의 낯익은 얼굴을 다시 드러냈다. 퇴직자는 공공기관에서 쌓은 경험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이 현직 조직과 얽혀 이권으로 바뀌면 공공성은 무너진다. 비영리라는 간판 아래 영리 수익이 회원에게 돌아가고, 공기업의 계약 기준이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적용됐다면 국민은 휴게소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퇴직자 복지시설이 아니다. 공기업 내부 네트워크가 나눠 갖는 영업장이어서도 안 된다. 국민이 낸 통행료와 공공 인프라 위에서 운영되는 생활 시설이다.

국토부가 말한 “휴게소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은 수사 의뢰와 정관 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약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소상공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며, 이용자가 납득할 가격과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이번 감사가 일회성 문책으로 끝난다면 휴게소의 간판만 바뀔 뿐 특혜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도로공사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국민이 낸 통행료와 공공 인프라 위에서 운영되는 시설이라면, 그 운영 원칙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원칙을 제도로 뒷받침하고, 책임을 끝까지 묻는 일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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