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지난 20일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와 중소형 수요처, 대리점 등을 상대로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물량을 총 24차례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기간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은 모두 55차례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은 2018년 말 대한제분이 최대 수요처인 농심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제분사 간 경쟁이 격화된 뒤 시작됐다. 2019년 11월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 임원과 삼양사 임직원이 만나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과 안정적 물량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담합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초기에는 농심과 팔도 등 대형 거래처가 대상이었다. 2020년 1월부터는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하위 업체까지 가담해 전체 거래처 일부 제품 가격을 맞췄다. 2021년 4월 이후에는 7개사가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국제 원맥 가격 변동을 담합에 이용했다고 봤다. 원맥 가격이 오르던 2020∼2022년에는 원가 상승분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맞췄다. 2023년 이후 원맥 가격이 내리자 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 기간에도 담합은 이어졌다.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밀가루 가격안정 지원사업으로 제분사에 총 471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제분사들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가격·물량 합의를 중단하지 않았다.
담합 영향으로 밀가루 판매가격은 크게 올랐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22년 9월 제분사별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이 시작된 2019년 12월보다 최소 38%에서 최대 74% 상승했다. 원가 상승기에는 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원가 하락기에는 더디게 내렸다.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씨제이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이다.
공정위는 7개사에 향후 법 위반 금지명령과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제분사별로 담합 이전의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에서 밀가루 가격을 다시 정하고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라는 취지다.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내역을 연 2회 보고하도록 하는 명령도 포함됐다.
검찰 고발도 이뤄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검찰 고발 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국내 밀가루 B2B 시장은 소수 업체가 지배하는 과점 구조다. 2024년 매출액 기준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은 62.0%다. 이번에 제재받은 7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87.7%에 달한다.
공정위는 라면, 국수, 빵, 과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의 핵심 원재료 시장에서 장기간 담합이 이뤄졌다는 점을 중대하게 봤다. 이들 7개사는 2006년에도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위 국제카르텔조사과 담당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가격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가 가격 재결정과 시장 감시 강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과징금만으로는 왜곡된 가격 구조를 바로잡기 어렵다. 밀가루 시장의 과점 구조와 반복 담합을 차단하려면 가격 보고, 내부 준법통제, 수요처의 구매 교섭력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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