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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박람회 계약금 ‘환불 불가’ 제동···“14일 안 철회 땐 돌려줘야”

스튜디오·한복·허니문 계약금 환급 거부 피해 잇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 “박람회 계약은 방문판매···약관보다 청약철회권 우선”

기사입력 : 2026-05-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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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딩박람회
사진=웨딩박람회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결혼박람회에서 스튜디오 촬영 계약금 30만원을 낸 소비자 A씨는 다음 날 개인 사정으로 계약 취소와 환급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계약금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약관을 들어 거부했다.

비슷한 피해는 한복 대여와 허니문 패키지 계약에서도 반복됐다. 소비자 B씨는 결혼박람회에서 한복 대여 계약금 40만원을 낸 뒤 10일 만에 청약철회를 요구했으나 환급받지 못했다. 소비자 C씨도 허니문 패키지 계약 다음 날 철회를 요청했지만, 업체는 호텔과 투어 예약이 끝났다며 계약금 4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혼박람회 현장에서 체결한 계약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예물 계약금 환급을 거부한 업체에 대해 환급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결혼박람회에서 이뤄진 결혼 예물 계약을 방문판매로 보고, 계약금 환급을 거부한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낸 10만 원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2월 15일 한 소비자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웨딩박람회에서 예물 구매 상담을 받은 뒤 계약서에 서명하고 계약금 10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계약서에는 ‘계약금 10만원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소비자는 같은 달 22일 사업자에게 계약금 환급을 요구했다.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7일 만이었다. 사업자는 계약서 약관을 근거로 환급을 거부했다.

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결혼박람회장은 상설 영업소가 아닌 사업장 밖 장소이고, 소비자가 사업자의 권유로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취소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청약철회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계약금 환불 불가’ 약관도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방문판매법은 적법한 청약철회 때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으로 법정 청약철회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결혼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908건이었다. 2023년 141건에서 2024년 320건, 2025년 447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이 가운데 결혼박람회에서 체결한 계약 관련 분쟁은 76건이었다. 이 중 73건, 96.1%는 소비자의 청약철회나 계약 해제·해지 요구에 대해 계약금 환급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한 사례였다.

품목별로는 결혼준비대행서비스가 45건으로 59.2%를 차지했다. 예복·한복 대여가 16건, 예물이 8건으로 뒤를 이었다.

결혼박람회는 예비부부에게 여러 업체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기회를 준다. 반면 현장 할인과 한정 혜택을 앞세운 즉석 계약이 많아 충분한 검토 없이 계약이 이뤄질 위험도 크다. 계약금 환급 불가 문구가 소비자의 법적 권리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결혼박람회에서 상담을 받고 계약한 경우 14일 안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 장소에서 개최한 박람회에서 계약한 경우에는 청약철회권이 제한될 수 있어 개최 장소가 사업자의 사업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청약철회 의사를 밝힐 때는 전화보다 문자, 이메일,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계약서와 약관, 영수증 등 관련 자료도 보관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자율적인 분쟁 해결이 어려우면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이나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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