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으며, 이중 기업의 10.2%만이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전문조사업체들이 전국 18세 이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4%로 ‘반대한다’ 13%에 비해 크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존에 비해 매우 낮아짐’ 49.4%, ‘다소 낮아짐’ 29.0%.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나아진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21.6%에 그쳤다.
또한 기업의 74.9%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 ‘신규채용 규모 축소’,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 등의 순이었다.
중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효율적 관리·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61.2%로 나타났다. 취했거나 검토중인 조치로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3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고령 인력 적합업무 개발’, ‘중고령 건강관리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해 중고령인력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령 인력의 고용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비한 적합한 작업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인사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적체를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 중 53.7%가 ‘현재 승진지연 등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해당기업들은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 등을 꼽았다.
응답기업들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효율화를 위한 전환배치’,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 ‘연공성 보상 감소 및 업적 성과 보상 확대’,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 없는 계속 고용은 미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연공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력 관리 방안을 개선하는 등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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