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3회에 걸쳐 집값 상승이 소비와 세대 격차, 한국 경제 구조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1회는 그 출발점으로, 집값 상승이 왜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한국은행이 2월 발간한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국내에서 주택가격이 장기간 상당폭 올랐지만, 가계소비 증가세는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이 소비를 자극하는 자산효과만으로는 한국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보고서가 던진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집값 상승은 모든 가구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겐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압박이었다.
이번 분석은 생애주기 관점에서 출발했다. 연령과 자산 축적 정도,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같은 집값 상승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와 구조모형을 활용해 연령별·자산계층별 소비와 후생 변화를 들여다봤다. 핵심은 단순했다. 이미 집을 보유해 자산 증가를 체감하는 계층과 앞으로 더 비싼 집을 사야 하는 계층의 반응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는 이런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전 연령대에서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40세 미만 젊은층, 특히 무주택 가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집을 가진 가구와 갖지 못한 가구 모두 소비를 줄였지만, 무주택 청년층의 소비 위축 폭이 더 컸다. 집값이 오를수록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커지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현재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대목은 집값 상승의 효과를 바라보는 통상적 시각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청년층과 무주택자에겐 반대의 경로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
집값 상승이 자산 증가의 기쁨보다 미래 주거비 부담의 공포로 읽힌 것이다. 아직 집을 사지 못한 이들에겐 오늘의 집값 상승이 곧 내일의 더 비싼 전세보증금, 더 큰 대출, 더 멀어진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특유의 주거 구조도 이런 부담을 키운다. 전세는 무주택자의 초기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로 평가받아 왔지만, 집값이 오를 때 전세보증금 역시 함께 뛰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무주택 청년층은 월세 부담이 늘든, 전세보증금 마련 부담이 커지든 더 많은 현금을 주거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소비는 후순위가 된다. 거시지표만 보면 드러나지 않는 압박이 청년층 가계에선 일상적인 제약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연령대별 소비 반응도 갈렸다. 보고서는 고령층의 소비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50세 미만에선 집값 상승 때 소비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봤다.
이미 집을 가진 고령층은 가격 상승을 자산 증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지만, 젊은층은 같은 상승을 미래 주거비 부담 확대와 내 집 마련 비용 상승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똑같은 집값 상승이 누군가에겐 호재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압박이 되는 구조다.
주진철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 차장은 이런 현상을 두고 집값 상승의 효과를 단순한 자산효과만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은 향후 주택 구입이나 주거 상향 이동을 위해 저축을 늘리거나 차입을 확대하면서 현재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고, 고령층은 유주택 비중이 높고 주거 이동 가능성도 낮아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집값 상승은 세대별로 전혀 다른 경제 현실을 만든다.
이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가계경제 차원을 넘어선다. 집값 상승을 곧 경기 회복 신호로 읽는 해석이 과연 유효하냐는 것이다. 자산을 가진 계층의 부는 늘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의 소비 여력이 동시에 약해진다면 내수 회복의 기반은 그만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이 경제 전체를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부 세대의 지갑을 먼저 닫게 만드는 구조라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결국 집값 상승은 모든 세대에 같은 혜택을 주지 못했다.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엔 오히려 소비를 줄이게 하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같은 집값 상승이라도 자산을 가진 계층엔 부의 확대였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엔 더 높아진 주거 진입장벽이었다. 다음 2회에선 이 부담이 왜 청년층과 무주택자에게 집중됐는지 살펴본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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