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943조원으로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은행과 비은행 모두 증가세가 둔화한 결과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135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고, 비은행금융기관 기업대출은 592조2000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은행권의 경우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신용경계감이 이어지면서 대출 심사가 강화됐고, 비은행권도 높은 연체율에 대응해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상호금융을 제외한 대부분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흐름은 비슷했다. 대기업대출은 317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지만 증가율 하락이 이어졌고, 중소기업대출도 1621조9000억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대출 안에서도 중소법인대출은 907조3000억원으로 1.5%, 개인사업자대출은 714조6000억원으로 1.6% 늘어 모두 증가세 둔화를 이어갔다. 총량만 놓고 보면 기업대출은 빠르게 팽창하던 국면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지만, 이는 경기 개선의 결과라기보다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어도 건전성 지표가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2.50%로, 직전 분기보다 낮아졌지만 장기평균 1.60%를 여전히 웃돌았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였지만 비은행권은 6.49%에 달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20%로 소폭 올랐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97%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 증가가 둔화한 배경에 금융권의 신용경계 강화가 자리한 이유를 숫자가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기업신용의 몸집 자체도 여전히 가볍지 않다. 2025년 2분기 말 기준 국내 기업신용의 명목GDP 대비 비율은 110.8%로 집계됐다. 이는 선진국 평균 99.4%, 신흥국 평균 90.5%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시점 가계신용까지 포함한 민간신용 레버리지는 200.4%였다. 기업대출 증가율은 낮아졌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기업부채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한은이 기업신용을 가계신용과 함께 금융시스템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신용 위험을 국내 경기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별도 참고에서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짚었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은 다소 줄었지만,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무관세 환경이 흔들리면서 관세 재도입 충격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 관세정책이 미국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보호무역 기조 확산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 마찰을 통해 국내 수출기업 실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거나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심화할 경우 국내 수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기업신용을 둘러싼 위험이 단순히 연체율이나 대출 증가율에만 머무르지 않고, 관세와 환율, 글로벌 교역 둔화 같은 대외 변수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기업대출이 지금은 둔화하고 있어도 수출과 실적이 흔들리면 재무건전성 부담은 다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금융안정보고서가 보여주는 기업신용의 핵심은 단순하다. 겉으로는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높은 연체율과 비은행권 부실 부담, 높은 기업신용 레버리지, 관세와 환율이라는 대외 충격 요인이 겹쳐 있다. 가계부채처럼 기업신용도 총량의 속도보다 구조와 건전성을 더 들여다봐야 할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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