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브랜드 위워크와 국내 토종 사업자 패스트파이브가 있다. 위워크는 공격적인 할인으로 장기 고객 확보에 나섰고, 패스트파이브는 첫 연간 흑자와 지점 확대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 재추진의 명분을 쌓고 있다. 같은 시장 안에 있지만 두 회사가 선택한 길은 뚜렷하게 갈린다.
공유오피스 산업은 구조적으로 양면성을 지닌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업무공간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유연한 사무실 수요가 늘 수 있다.
반면 운영사 입장에서는 장기간 임차한 공간을 얼마나 높은 가동률로 채우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갈린다. 입주율이 떨어지면 고정비 부담이 곧장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외형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실률 관리와 비용 통제, 그리고 임대료 외 수익모델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워크의 최근 행보는 이런 시장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위워크는 한국 시장에서 프라이빗 오피스를 대상으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고 장기계약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 이용 고객을 늘리는 것보다 1년 이상 장기 입주사를 확보해 매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공실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단기적인 가동률 개선에는 분명 효과가 있는 방식이다. 특히 비용 절감 압박을 받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을 운영하는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할인 중심 전략은 그 자체로 한계를 품고 있다. 할인은 시장 반응을 빠르게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브랜드 프리미엄을 희석할 수 있다. 위워크는 본래 글로벌 네트워크와 표준화된 공간 경험, 대기업 대상 서비스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세계 여러 도시에 걸친 거점, 세련된 업무환경, 유연한 계약 구조는 해외 진출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분명한 매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서 가격 인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프리미엄만으로는 수요를 방어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공유오피스 수요층도 과거와 달라졌다. 스타트업 붐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성장 기대감이 높은 기업들이 브랜드와 공간 이미지를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부담과 투자 위축,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사무실 선택에서도 비용 효율을 더 따지는 분위기다.
규모를 늘리기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 많아졌고, 사무실 역시 상징성보다 실용성을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위워크의 할인 카드는 이런 흐름에 대응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전략은 방향이 다르다. 패스트파이브는 국내 시장에 깊게 뿌리내린 사업자로서, 지점 확대와 운영 효율 개선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공유오피스 본업에 머무르지 않고 위탁운영, 기업 맞춤형 오피스 서비스, 각종 부가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히 사무실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모델에서 벗어나, 오피스 운영 전반을 서비스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패스트파이브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실적이다. 첫 연간 흑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유오피스 산업은 구조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고 경기 변화에 민감해 지속적인 흑자를 내기 쉽지 않다. 임차료와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 운영 인력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에서 흑자를 냈다는 것은, 적어도 일정 수준의 운영 효율과 원가 통제 능력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외형 확대 일변도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패스트파이브가 상장 재도전을 검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공유오피스 기업의 평가는 이제 단순한 성장 서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에는 지점 수와 입주 기업 수, 브랜드 확장 속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 지금은 흑자의 질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해졌다.
즉 일시적 비용 절감이나 일회성 효과로 만들어낸 숫자인지, 아니면 사업 구조 자체가 개선돼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로 바뀌었는지가 핵심이 된다. 패스트파이브는 바로 이 지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 회사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위워크는 글로벌 브랜드다. 국제적인 인지도, 통일된 서비스 경험, 해외 지점 연계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여러 국가에 거점을 둔 기업에는 여전히 강한 선택지다.
반면 현지 시장의 세부 수요와 지역 밀착형 운영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지역별 수요 특성에 맞춰 상품을 조정하는 데는 토종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파이브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글로벌 상징성은 약할지 몰라도 국내 시장의 실제 수요를 세밀하게 읽는 데 강점이 있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지점을 확보해 접근성을 높였고, 국내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에 맞춘 운영 노하우도 축적해 왔다.
여기에 위탁운영 모델을 확대하면 대규모 임차 부담을 직접 떠안지 않고도 사업을 키울 수 있다. 이는 경기 하강기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제 지점 수 자체보다 안정적인 입주율과 수익성, 지속 가능한 확장 가능성을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본다. 공유오피스는 눈에 보이는 공간 산업이지만, 실제 승부는 보이지 않는 운영 효율에서 난다.
지점이 많아도 공실이 많으면 의미가 없고, 브랜드가 화려해도 할인 없이는 고객을 잡지 못하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외형이 다소 보수적이어도 수익구조가 탄탄하고 고객 이탈이 적다면 시장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위워크의 전략은 방어적 성격이 짙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 공실을 줄이고 현금흐름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할인 경쟁이 장기화하면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한 번 낮아진 가격 기대치는 다시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이 브랜드보다 가격에 반응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프리미엄 전략은 더욱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위워크로서는 할인 이후에도 고객을 붙잡아 둘 서비스 가치와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
패스트파이브 역시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첫 흑자가 곧바로 장기 안정성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점 확대가 계속되면 다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위탁운영이 늘수록 운영 품질 관리도 더 중요해진다.
상장을 추진하려면 단기 실적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 경로를 설득해야 한다.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패스트파이브는 자신을 단순한 공간 임대업체가 아니라 오피스 솔루션 기업으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두 회사의 경쟁은 한국 공유오피스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공유오피스가 혁신의 상징처럼 소비됐다. 자유로운 좌석, 세련된 인테리어, 커뮤니티 프로그램, 유연한 계약은 새로운 업무 문화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제 기업 고객은 공간의 이미지보다 비용 대비 효율, 계약 안정성, 실제 운영 편의성을 더 꼼꼼히 따진다. 투자자 역시 외형 성장보다 현금흐름과 이익 구조를 먼저 본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기업은 고정비를 줄이려 하고, 사무실 전략도 더 유연하게 짠다. 동시에 공유오피스 운영사는 임차료와 인건비, 시설 관리비 상승에 대응해야 한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더 많은 공간을 가진 곳이 아니라,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 임대업의 한계를 넘어서 고객 유지율을 높이고, 부가 서비스와 운영 효율로 수익 기반을 넓힌 사업자가 유리한 국면이다.
업계에서는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의 경쟁을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재편의 신호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얼마나 빠르게 지점을 늘리느냐가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공실을 얼마나 낮게 유지하고, 수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내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위워크는 가격을 낮춰 가동률을 지키는 전략을, 패스트파이브는 흑자와 운영 효율을 앞세워 신뢰를 쌓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오피스 시장은 이제 단순 임대업이 아니라 운영 역량을 겨루는 단계로 들어섰다”며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버티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 입주율과 재계약률, 비용 통제 능력을 숫자로 증명한 사업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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