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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의 그늘 넘어선 크립토 담론···크립토 경제의 미래가 던진 질문

[리뷰] 박항준 ‘크립토 경제의 미래-공유경제의 완성’

기사입력 : 2026-04-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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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크립토 경제의 미래-공유경제의 완성(박항준/ 스타리치북스)
사진=크립토 경제의 미래-공유경제의 완성(박항준/ 스타리치북스)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시세와 투기, 규제와 불안정성에 머물러 왔다. 박항준의 ‘크립토 경제의 미래-공유경제의 완성’은 그 익숙한 시선을 거둬낸다. 이 책은 암호화폐를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설계하고 사회통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매개로 읽어내려 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한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공유경제는 잉여 자산의 활용과 협력적 소비를 앞세우며 대안 경제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분배의 형평성은 강조했으나 소득이 형성되는 과정의 투명성과 정의,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한 통합 구조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책은 시간이 흐르며 공유경제가 기업의 이미지 관리나 부유층의 도덕적 면책 장치로 기울었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진단 위에서 저자가 내놓는 대안은 ‘누림의 경제’다. 이름부터 낯설지만 뜻은 비교적 선명하다. 소수의 선의에 기대는 사후적 환원이 아니라, 애초에 참여자 모두가 공동의 이익을 만들고 그 결실을 함께 누리는 구조를 설계하자는 구상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가르는 일방적 분배가 아니라, 시스템에 참여한 구성원 모두가 수혜자가 되는 호혜의 질서를 말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기존의 ‘나눔’ 중심 경제관과 결별을 선언한다.

책의 핵심은 이 철학을 실현할 수단으로 ‘크립토’를 제시하는 데 있다. 여기서 크립토는 통상적 의미의 암호화폐를 넘어선 개념이다.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정보공학, 디지털 자산과 보상 체계를 포괄하는 금융공학, 공동체 운영과 사회통합을 겨냥한 사회공학이 맞물린 융복합 체계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크립토는 화폐이면서 보상 장치이고, 투자 수단이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한 참여를 조직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책은 분명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크립토를 단순히 거래 수단이나 투자 자산으로 보지 않고, 크라우드 펀딩과 공동 구매, 분산 저장, 사회적 보상 체계 등으로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은 독자의 시야를 넓힌다.

특히 저자는 공공 부문도, 민간 부문도 충분히 책임지지 못한 사회통합 영역에서 크립토 경제의 가능성을 본다. 안전, 보건의료, 전통, 예술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자주 후순위로 밀리는 분야에 새로운 자본과 참여 동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미덕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는 데 있다. 가격 급등락이나 시장 과열을 좇는 대신, 기술이 어떤 사회적 규칙과 결합할 때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암호화폐가 무엇인가”보다 “암호화폐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적어도 문제 제기만큼은 시의적절하다.

다만 책의 구상이 크고 선명한 만큼, 현실의 벽을 넘는 설명은 상대적으로 성기다. 암호화폐 시장이 이미 드러낸 극심한 변동성과 투기성, 규제 공백,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

사회통합과 형평성을 내세운 철학이 실제 제도로 구현되려면 누가 설계하고, 누가 감시하며, 실패의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치밀한 논의가 따라야 한다. 이상은 매력적이지만 제도는 결국 세부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크립토 경제의 미래’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의를 자산 시장의 언어에서 사회 설계의 언어로 옮겨놓는다. 공유경제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철학과 구조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문제작이라 할 만하다. 독자에 따라서는 다소 과감한 전망으로 읽힐 수 있지만, 적어도 오늘의 경제 시스템이 놓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힘은 분명하다.

결국 이 책은 암호화폐 예찬서라기보다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기획서에 가깝다. 시장의 효율과 국가의 재분배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사회적 균열 앞에서, 저자는 ‘나눔’이 아닌 ‘함께 누림’의 구조를 상상한다. 그 상상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더 긴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암호화폐를 둘러싼 소란 속에서, 기술과 금융,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이런 시도까지 가볍게 지나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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