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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공간의 변신, 팝업시티가 여는 도시의 미래

[리뷰] 음성원 ‘팝업시티’

기사입력 : 2026-04-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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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팝업시티(음성원/ 이데아)
사진=팝업시티(음성원/ 이데아)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도시는 더는 고정된 용도의 집합이 아니라 필요와 수요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플랫폼이 됐고, ‘팝업시티’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미래를 묻는 책이다.

음성원의 ‘팝업시티’는 에어비앤비와 공유경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저성장 시대 도시공간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도시재생, 공유숙박, 팝업매장, 리모트 워크,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양식까지 한 흐름으로 묶어 읽는다. 핵심은 분명하다. 비어 있거나 덜 쓰이는 공간을 고정된 자산으로 묶어둘 것이 아니라,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하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장점은 공유경제를 도덕적 구호로 포장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착한경제’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미화하기보다 저성장 시대 효율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으로 본다. 이 관점은 감상적 찬양을 걷어내고 현실적인 논의로 독자를 끌고 간다. 누가 왜 공유경제를 쓰는지, 어떤 세대가 어떤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를 소비하는지, 그 변화가 기존 도시계획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차분하게 짚는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용도의 혼합’을 도시의 새 표준으로 읽어내는 부분이다. 주거는 숙박이 되고, 사무실은 주거가 되며, 호텔은 셰어하우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발상은 이미 낯선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에 가깝다. 저자는 팝업매장과 공유숙박, 공간대여 플랫폼 사례를 통해 공간의 일시적 전환이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가 하나의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운영체계라는 문제의식도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팝업시티’의 미덕은 도시를 건축이나 부동산의 언어에만 가두지 않는 데 있다. 이 책에서 도시는 생활양식과 소비행태, 기술과 정책, 세대 감각이 충돌하는 장이다. 저자가 밀레니얼 세대의 도심 선호, ‘한 달 살기’, 재택근무, 3D프린터 같은 요소를 한데 엮는 방식은 도시를 살아 있는 사회적 유기체로 보게 만든다. 덕분에 책은 도시계획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동시대 문화 해설서처럼 읽힌다.

다만 책의 낙관이 언제나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유휴공간의 활용과 용도 전환이 효율을 높인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적다. 문제는 그 효율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공유경제는 빈 공간을 살릴 수 있지만 동시에 주거 불안, 임대료 상승, 지역 공동체의 해체를 부를 수도 있다.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 시장의 유연성만 키운 채 공공의 안전장치를 비워둔다면, 팝업시티는 혁신의 이름으로 불안정성을 확산시키는 또 다른 장치가 될 수 있다.

바로 그 대목에서 『팝업시티』는 더 큰 질문을 남긴다. 용도 규제를 풀고 전환을 쉽게 만드는 것만으로 좋은 도시가 되는가. 도시는 빠르게 바뀌어야 하지만, 동시에 오래 버텨야 하는 생활기반이기도 하다. 숙박과 주거, 생산과 소비, 관광과 일상이 한 공간에서 뒤섞일수록 편리함은 커지지만 갈등의 밀도도 함께 높아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완화가 아니라 공공성, 안전, 주거권, 지역 균형을 함께 설계하는 정교한 제도다.

그럼에도 ‘팝업시티’는 지금 읽을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쇠퇴한 동네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비어 가는 오피스와 호텔을 무엇으로 전환할 것인지, 기술 변화와 생활양식의 이동을 도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한 권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도시를 새로 짓는 시대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다시 쓰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더욱 또렷하다.

‘팝업시티’는 결국 도시의 미래를 묻는 책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운영하는 상상력의 한계를 묻는 책이다. 공간을 잠시 다른 용도로 ‘팝업’시키는 아이디어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좋은 도시는 유연하기만 한 도시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 속에서도 삶의 기반을 지켜내는 도시여야 한다. ‘팝업시티’는 그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보여주며, 도시를 둘러싼 논쟁을 한 단계 더 앞으로 밀어붙인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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