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25년 고령층 고용률은 12.3%포인트 상승했다. 상승분의 대부분은 관리자, 전문직, 사무직 등 고학력 일자리에 집중됐다.
고령층 고용 확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신규 채용 여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정규직·대기업 중심의 1차 노동시장은 고용 경직성이 크다. 기존 근로자가 더 오래 머물수록 기업이 새 인력을 뽑을 여지는 줄어든다.
한국은행은 급속한 고령화와 정년연장 흐름으로 고령층이 이전보다 더 오래 노동시장에 남고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 고용 유지가 청년층 신규 채용을 제약하는 세대 간 구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이 같은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고학력 남성은 전문직·사무직을 둘러싼 경쟁 심화의 영향을 받았다. 초대졸 이하 남성은 제조업·건설업 등 중·저숙련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고령층 고용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은 더 높아졌다.
AI 확산도 청년 고용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5∼29세 일자리는 25만5천개 줄었다. 이 가운데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감소한 일자리는 25만1천개였다.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AI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 집중된 셈이다.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는 출판업, 전문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관리업 등 지식집약 서비스업이 포함됐다. 이들 업종은 전문직과 사무직 비중이 높다. 청년층이 첫 경력을 쌓는 통로이기도 하다.
생성형 AI는 청년층이 입사 초기 맡던 정형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문서 작성, 자료 정리, 기초 분석, 코딩 보조, 고객 응대 등은 신입 직원이 조직 안에서 경험을 쌓는 대표 업무였다. AI가 이 영역을 대체하면 청년층의 첫 일자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의 영향은 사무·전문직의 입문 업무로 번지고 있다. 문서 작성, 자료 정리, 기초 분석, 코딩 보조 등 신입 직원이 맡던 업무가 대체 대상에 오르면서 청년층의 초기 경력 형성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첫 일자리는 단순한 취업 통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청년은 첫 직장에서 직무 경험을 쌓고, 경력 이동의 기반을 만든다. 이 단계가 늦어지면 숙련 축적도 지연된다. 장기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고령층 근로자의 증가와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 청년층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이 보다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단기 청년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청년이 새 산업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자격증 취득이나 단기 강좌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산업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를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짜고, 교육 이수 뒤 실제 채용과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AI 확산에 대응하려면 기초 디지털 교육을 넘어 직무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청년층이 AI에 대체되는 업무에 머물지 않고,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 채용, 현장 경험이 따로 움직이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도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정규직 고용보호의 과도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와 숙련 축적을 유도해 청년층이 안정적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고용 경직성이 큰 노동시장에서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는 노동시장 안에 있는 근로자보다 밖에 있는 청년층에 먼저 돌아간다. 청년층은 첫 일자리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고, 취업하더라도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통로도 중요하다. 청년층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와도 숙련을 쌓고 안정적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면 첫 일자리의 한계를 일부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환 통로가 막히면 비정규직은 경력 사다리가 아니라 불안정 고용의 출발점이 된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문제를 세대 간 일자리 경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령층 계속근로와 AI 도입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인 만큼, 청년층이 산업 변화에 맞춰 첫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진입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고령화, 여성 경제활동 확대, 산업 재편, AI 확산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가 청년층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첫 일자리와 직무훈련, 고용 사다리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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