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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미래 설계하는 모빌리티 혁명의 조건

[리뷰] 이재호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

기사입력 : 2026-03-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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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 모빌리티 사회(이재호/ 카모마일북스)
사진=스마트 모빌리티 사회(이재호/ 카모마일북스)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자동차는 오래도록 이동의 필수재였지만, 이동 경험 자체를 편안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혼잡, 택시 승차난, 상습 정체, 주차 부담은 일상에 깊게 박힌 불편이었다. 이재호가 쓴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는 이 익숙한 불편에서 출발해 디지털 전환과 공유경제 시대의 이동이 어떻게 재편될지를 차분하게 짚어낸다.

이 책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상을 단순한 신기술 소개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의 변화로 확장해 읽게 한다. 저자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공유자동차를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축으로 제시한다. 특히 공유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할 때 이동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할 때 호출해 쓰는 서비스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책의 강점은 모빌리티를 기계의 진화가 아닌 서비스 혁신의 관점에서 풀어낸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문제의식이 또렷하다. 저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을 거론한다. 수요를 예측하고,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이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미래 이동 산업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책은 기술 낙관론에만 기대지 않는다. 새로운 이동 질서가 자리 잡기 위해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는 물론 경제·사회적 갈등, 정책 설계의 중요성까지 함께 언급한다. 해외 모빌리티 동향을 나열하며 막연한 위기감만 조성하는 대신, 한국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 질문을 던지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이력도 책의 밀도를 뒷받침한다. 이재호는 모빌리티 산업 현장과 정책 자문 영역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공학, 경영학, 경제학의 경계를 넘나든 배경 덕분에 책은 기술서 특유의 난해함이나 산업 보고서식 건조함을 비교적 잘 비껴간다. 일반 독자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쓰였지만, 업계 종사자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다만 책이 그리는 미래는 다소 밝은 방향에 무게가 실려 있다. 플랫폼 중심 이동 서비스가 확산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독점 문제, 노동 전환의 충격, 공공성과 효율의 충돌 같은 쟁점은 좀 더 깊게 다뤄졌다면 좋았을 법하다. 기술이 불편을 줄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편익과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따져야 미래 논의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는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이동수단의 변화가 곧 도시의 변화이고, 산업의 변화이며, 삶의 방식의 변화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동차 제조업 중심의 시선에 머물러서는 다가올 질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결국 이 책은 더 빠른 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이동의 조건을 묻는다. 모빌리티를 둘러싼 기술 혁신의 현주소와 그 너머의 사회적 과제를 함께 살피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안내서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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