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는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의 참가율은 52.4%에서 77.5%로 올랐다.
하락의 폭도 작지 않다. 한국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했지만 이후 빠르게 낮아졌다. 밀레니얼 남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는 30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청년기의 진입 지연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원인은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4년제 이상 고학력 남성은 전문직과 사무직을 둘러싼 경쟁구조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 1991∼1995년생 고학력 남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기준그룹인 1961∼1970년생보다 15.7%포인트 낮았다. 반면 같은 세대 고학력 여성은 10.1%포인트 높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분명 긍정적 변화다.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와 신규 채용 기회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인력은 늘었지만, 좋은 일자리로 들어갈 기회는 충분히 늘지 않았다. 그 틈에서 일부 청년은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고 있다.
초대졸 이하 남성은 다른 압박을 받았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면서 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통로가 좁아졌다. 2025년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공급 확률은 2000년보다 2.6%포인트 낮았다. 과거 고졸·전문대졸 남성 청년을 흡수하던 산업 기반이 약해진 결과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이 겹쳤다. 2004∼2025년 고령층 고용률은 12.3%포인트 상승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관리자, 전문직, 사무직 등 고학력 일자리에 집중됐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고령층 고용이 유지될수록 기업의 신규 채용 여지는 줄어들 수 있다.
AI의 영향도 가볍지 않다. 2022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5∼29세 일자리는 25만5000개 줄었다. 이 가운데 25만1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감소했다. 문서 작성, 자료 정리, 기초 분석, 코딩 보조 등 신입 직원이 맡던 업무가 대체 대상에 오르면서 청년층의 초기 경력 형성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쯤 되면 청년 고용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눈높이 문제로 돌리기 어렵다. 청년층은 더 치열해진 고학력 일자리 경쟁, 줄어든 중간숙련 일자리, 고령층의 장기근무, AI의 업무 대체라는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 선택만의 결과가 아니다.
첫 일자리는 단순한 취업 통계가 아니다. 청년은 첫 직장에서 숙련을 쌓고, 경력을 만들고, 다음 이동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 단계가 늦어지면 임금과 고용 안정성의 격차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 밖에 머무를 가능성도 커진다.
해법도 단기 일자리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변화에 맞는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청년이 새 산업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고용보호의 과도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이 숙련을 쌓아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도 넓혀야 한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흐름은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AI가 업무 방식을 바꾸는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청년층의 배제로 이어지게 둘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간 책임 공방이 아니다. 첫 일자리와 직무훈련, 고용 사다리를 함께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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