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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과급은 권리, 적자는 외면?···삼성 잠정 합의에 주주 반발

기사입력 : 2026-05-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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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가 총파업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큰 논쟁을 불렀다. 노사 협상 테이블의 쟁점이던 성과급 문제가 주주가치와 경영 책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안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묶는 합의가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 갈등 봉합을 위한 합의가 하루 만에 주주 반발이라는 새 변수에 부딪힌 셈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반도체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과 별도로 특별경영성과급을 만들고,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 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일부 물량에는 매각 제한을 둔다. 회사는 총파업을 피했지만, 시장은 곧장 비용 부담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노조의 요구가 모두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반도체 인력 시장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커지면서 핵심 엔지니어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경쟁사가 공격적인 보상을 내세워 인력을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보상 체계를 손보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익을 낸 조직에 더 많은 보상을 하자는 원칙 자체도 시장 논리와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원칙의 일관성이다. 영업이익이 늘었을 때 상여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면,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났을 때 임금 삭감과 인력 조정도 같은 기준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급이 이익 공유라면 손실 부담도 제도 안에 들어와야 한다. 호황의 과실은 나누고 불황의 비용은 회사와 주주에게 돌리는 구조는 성과주의가 아니다. 선택적 분배에 가깝다.

경제학계도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다뤄 왔다. 이익공유제는 고정임금 일부를 실적에 연동하는 대신 기업과 근로자가 경기 변동의 위험을 나누는 장치로 설명된다. 영국 경제학자 마틴 와이츠먼은 이익공유제가 임금의 경직성을 낮추고 고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제는 명확하다. 이익이 늘면 보상도 늘고, 이익이 줄면 보상도 줄어드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익공유는 보너스 확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위험을 함께 지는 계약이다.

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도 만능 해법은 아니다. 현금 유출을 줄이고 직원과 주주의 이해를 맞추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임금과 고용, 자산 가치가 모두 한 회사의 실적과 주가에 묶이는 부작용도 있다. 회사의 실적이 악화할 때 직원은 고용과 재산 가치 하락 위험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주주는 자사주가 보상 재원으로 쓰이는 과정에서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드는지 따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호황의 기여분을 요구하려면 불황기의 책임 분담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처럼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에도 높은 성과급이 돌아가는 구조가 이어지면 성과주의 원칙은 설득력을 잃는다. 반대로 사업부별 실적을 엄격히 반영하면 조직 내부 갈등은 커진다.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이다.

주주단체의 반발을 단순한 외부 압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주주는 회사에 자본을 대고 손실 위험을 감수한다. 주가 하락, 배당 축소, 투자 재원 감소는 주주가 떠안는 비용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한다면 이는 이익 배분 구조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이다. 노사 합의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가 적정성을 따지고 주주에게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책임도 작지 않다. 총파업을 막기 위해 장기 비용 구조를 충분히 따지지 않고 합의했다면 경영 판단의 문제다. 반대로 핵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성과 산식과 지급 조건, 적자 사업부 기준, 주주환원 영향까지 공개하고 설득해야 한다. 시장은 이번 합의가 비용 구조와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조건이 불명확하면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잠정 합의는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표 기업의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묻는 사건이다. 직원의 기여, 주주의 위험 부담, 회사의 미래 투자는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한쪽만 앞세우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오를 때 성과급 확대가 권리라면 영업이익이 꺾일 때 임금 조정과 구조조정도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 권리는 책임과 함께 갈 때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이 노사 간 힘겨루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양보가 아니라 더 엄격한 원칙이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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