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 종료 뒤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새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특별경영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한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다.
지급받은 자사주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 뒤 매각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직원에게 성과 보상을 제공하되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기업가치 상승과 보상을 연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업황 변동성과 재무 부담을 함께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은 경기 흐름과 제품 가격, 투자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다.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직접 연동하면 호황기에는 보상 규모가 커지고, 불황기에는 직원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번 합의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보상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점도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영업이익의 10%를 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에 노사가 합의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핵심 인력 확보 경쟁이 거세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과 보상을 더 강하게 연결하는 흐름이다.
다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은 글로벌 주요 기업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연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지만, 최종 지급 규모는 경영 성과와 재무 상황 등을 검토해 정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회사의 투자 여력과 현금 흐름, 업황 전망을 함께 따지는 방식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성과급 산정 때 단순 이익 규모만 보지 않는다. 기술 성과, 원가 절감, 생산성 개선,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 등을 함께 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업황의 부침이 큰 만큼 특정 회계연도의 영업이익만으로 보상 규모를 정하기보다 복합 지표를 활용하는 구조다.
인텔도 매출과 수익성, 영업비용, 사업부 성과, 개인 평가 등을 종합해 보상 수준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전체 실적과 조직별 목표 달성도, 개인별 성과를 함께 반영해 일괄 배분보다 차등 보상에 무게를 둔다.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성과급과 주식 보상을 결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개인 평가와 직무 수준, 조직 기여도에 따라 현금 보너스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을 차등 지급한다. 핵심 인재에게는 수년에 걸쳐 주식을 나눠 지급해 장기 근속과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한다.
엔비디아와 AMD 등 팹리스 기업들도 주식 기반 보상을 인재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반도체 설계 인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단기 보너스보다 장기 주식 보상을 통해 핵심 인력을 묶어두는 방식이다. 이는 회사의 주가와 개인 보상이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지급 방식과 일부 맞닿아 있다.
차이는 산정 방식에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회사 전체 이익, 사업부 성과, 개인 기여도, 장기 성장 목표를 함께 반영한다. 반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면 예측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개인별 기여도와 투자 여력 반영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지급 방식은 이런 글로벌 흐름을 일부 반영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매각 제한을 둔 만큼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가치와 보상을 함께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실질 보상 규모가 줄어 직원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번 가결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제도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반도체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적 기여에 비해 보상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번 합의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 성과급 재원으로 정해지면서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다.
회사로서는 임금협상 장기화를 피하고 노사 갈등을 일정 부분 봉합한 점이 성과다.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대규모 투자, 인력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을 줄이는 것은 경영 안정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과제도 남았다. 성과급 재원이 영업이익에 고정되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시기에 재무 운용의 탄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모든 직원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배분될 경우 개인별 성과와 핵심 인재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보상 체계 전반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급 확대가 인재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 경쟁력은 보상 규모만으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여력, 기술 개발, 조직 문화, 개인 성과 평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 강화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에서는 단순한 이익 배분보다 지속 가능한 보상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금협상 가결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첫해를 맞게 됐다. 제도의 성패는 지급 규모보다 운용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달렸다. 노사 모두 단기 보상 확대를 넘어 장기 경쟁력을 지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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